CEO이야기

화장품

민주파파 2010. 11. 2. 10:27

CEO lounge] 화장품 라이벌 윤동한 회장 & 이경수 회장
판매는 힘들어도 제조는 영원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 화장품시장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글로벌브랜드에 필적하는 ‘초고가’로 승부하는 대형업체와 ‘저가화장품’으로 대변되는 브랜드숍 전문업체로 재편됐다. 이런 가운데 전통을 자랑하던 중견업체들이 대거 역사 속으로 잊혀가는 양상이다. 겉모습은 이렇지만 한 꺼풀 벗겨내면 더욱 재미있는 양상이다. 브랜드숍이 대거 약진하면서 그 수혜를 받은 OEM·ODM(잠깐용어 참조) 업체들이 급부상했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가 대표적이다.

최근 5년간(2004~2009년) 국내 화장품시장은 22% 성장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한국콜마 매출액은 600억원에서 1800억원으로 3배 증가했다. 코스맥스도 비슷하다. 2004년 385억원이던 코스맥스 매출액은 지난해 1277억원으로 급증했다. 수백 개가 난립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화장품 OEM회사 중 매출액 1000억원이 넘는 곳은 이 두 곳에 불과하다. 단순히 두각을 드러내는 정도가 아니다. 현재 한국콜마 매출액을 뛰어넘는 화장품업체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상위 2개사 정도에 불과하다.

두 회사의 선전과 더불어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과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도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두 사람이 한때 대웅제약에서 한솥밥을 먹은 적이 있었다는 사실. 대웅제약 출신 두 CEO가 한국 화장품 제조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셈이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가 이처럼 최전성기를 맞고 있는 것은 화장품업계가 구조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중반 미샤와 더페이스샵을 양대 축으로 한 브랜드숍이 대대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게 두 회사 약진의 직접적인 비결이다.

미샤와 더페이스샵을 중심으로 한 브랜드숍의 핵심 개념은 ‘제조는 하지 않고 판매와 마케팅에 집중한다’는 것. 제조 역량이 없는 이들 업체가 가장 먼저 기댄 회사가 바로 OEM업계 대표주자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였다. ‘저가로 공급할 수 있으면서도 기술력이 뛰어나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어야 할 것’이란 조건에 부합한 회사가 두 곳이었기 때문이다. 미샤와 더페이스샵의 대대적인 성공 이후 뷰티크레딧, 스킨푸드 등의 브랜드숍이 줄줄이 나왔다. 후발주자들 역시 고스란히 두 회사 고객으로 편입됐다.

브랜드숍 시대 개막 이후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초고가’ 전략으로 차별화에 나섰다. 그 결과 두 회사는 초고가 제품에 온갖 역량을 결집하고 상대적으로 저가 상품이나 색조 등 비용 투입 대비 효용이 낮은 상품군의 외부 생산 비중을 대폭 늘리기 시작했다. 이들이 제품 생산을 맡길 수 있었던 업체는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정도. 당연히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매출액이 크게 늘어났다. 이뿐인가. 브랜드숍 시대에 거스를 수 없다고 판단한 두 회사 역시 자체 브랜드숍을 열었다(아모레퍼시픽:아리따움, 에뛰드하우스, 이니스프리/ LG생활건강:뷰티플렉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이들 브랜드숍에도 제품을 납품한다.

최근 들어 웅진코웨이 등 방판업체들이 연달아 화장품시장에 뛰어든 것도 두 회사 매출을 올려준 공신이다. 한국에 생산 공장이 없는 웅진코웨이는 한국콜마에 제품 생산을 의뢰했다. 한국콜마는 웅진코웨이 물량 덕분에 올해 매출액이 다시 한 번 뛸 것으로 기대한다. 교원L&C와 청호나이스도 올 들어 신제품을 계속 쏟아내는 중. 이들 물량의 상당수 역시 두 회사에서 제조된다.

이 외에 유닉스전자, 매일유업 등 화장품과 전혀 관계없던 회사들이 새로이 화장품시장에 뛰어든 것도 제조전문업체들에 또 다른 기회가 되고 있다.

당연히 주가도 고공행진이다. 1년 전 3000원대였던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주가는 10월 14일 현재 각각 8580원, 8440원이다.

최근 5년간 급성장했다는 것과 급성장 배경은 완벽하게 일치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회사의 포인트는 약간 다르다.

한국콜마는 전체 매출액의 70%가 화장품, 나머지 30%는 제약 부문에서 나온다. 15년 넘게 대웅제약에서 근무한 윤동한 회장은 오랫동안 제약업에의 꿈을 키워왔다. 처음 제약업 대신 화장품 제조전문업체를 선택한 것은 ‘망하지 않을 기업’을 만들겠다는 생각에서 선택한 일종의 차선책. 당시 OEM으로 이름을 떨치던 일본콜마와 제휴해 한국콜마를 설립했다(윤동한 회장이 15.54%, 일본콜마가 15.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02년 제약업 OEM사업을 시작해 매출액의 30% 가까운 비중으로 키웠다. 피부전문의약품 등을 생산하는 제약업은 성장세가 매우 가파르다. 한국콜마의 제약 부문 매출액은 최근 5년간 연평균 50% 이상 늘어났다.

삼성증권 조은아 애널리스트는 “제약사업은 수익성이 높은 데다 궁극적으로 화장품사업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제약업 영업이익률은 10~15% 수준으로 화장품 부문 6%보다 높다. 또 피부전문제약업체라는 이름을 얻게 되면 화장품사업이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한다.

콜마는 제약, 코스맥스는 중국이 강점

한국콜마의 제약 매출 비중 30%를 떼어놓고 나면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양사의 화장품 제조 매출 규모는 거의 엇비슷해진다. 한국콜마보다 2년 늦게 설립돼(한국콜마 90년 설립, 코스맥스 92년 설립) 한국콜마가 탄탄하게 자리를 잡은 2000년대 초까지 적자에 시달리며 고생한 것을 감안하면 롤러코스터를 타고 쫓아온 셈이다.

게다가 향후 화장품업체 성장성을 결판 지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시장에서는 훨씬 앞서 있다. 국내 브랜드뿐 아니라 로레알, 메리케이, 존슨앤드존슨 등 글로벌 브랜드 제품까지 생산하는 것도 강점이다.

코스맥스는 2004년 국내 OEM 화장품업체 중 최초로 중국에 들어갔다. 오랫동안 고전을 거듭하다 2007년 이후 매출액이 급상승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2006년 17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50억원으로 증가했다.

게다가 코스맥스 중국법인 매출에서 중국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할 정도로 현지화에 완전히 성공했다. 지난해부터 상하이 공장 바로 옆에 건립 중인 제2공장이 완공되면 국내 생산시설과 비슷한 규모가 된다. 중국시장은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대 화장품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중국시장을 선점했다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이와 관련 한화증권 안하영 애널리스트는 “코스맥스가 중국사업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될 것”이라 내다본다.

한국사업에서는 앞서 있는 한국콜마가 중국사업에서는 코스맥스를 따라가는 형국이다. 2007년 뒤늦게 베이징콜마를 설립하고 중국에 진출한 한국콜마는 올 6월부터 중국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누구 얘기냐’는 듯 호황 속에서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윤동한 회장과 이경수 회장은 10년이나 대웅제약에서 함께 일했다.

윤 회장은 74년 대웅제약에 입사해 부사장까지 거쳤다. 90년에 독립해 ‘한국콜마’를 설립했다. 서울대 약학과를 졸업한 이경수 회장은 73년 동아제약에 입사해 제약 영업사원으로 일했다. 76년 오리콤으로 옮겨 광고 일을 하다 81년 대웅제약 마케팅 담당으로 스카우트됐다. 당시 직속 상관이 바로 윤동한 회장이었다. 이후 마케팅 담당 전무 시절 회사를 그만두고 92년 코스맥스를 창업했다. 윤동한 회장은 “함께 근무했던 데다 지금도 같은 업종에 있기 때문에 이경수 회장과 가끔 만난다”고 전했다.

잠깐용어 OEM
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주문자가 요구하는 상표를 부착해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

잠깐용어 ODM
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개발력을 갖춘 제조업체가 제품을 개발·제조해 브랜드를 가진 업체에 공급하는 것.

[김소연 기자 sky6592@mk.co.kr]